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인 1617년 창원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 창원부사 신지제(申之悌)가기우제(祈雨祭)를 지내기 위해 웅신사(熊神寺) 즉 지금의 성주사(聖住寺)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지은 애절한 시(詩)가 있어 소개를 한다.전통사회에서는 농경이 경제의 첫 번째이고 치수(治水)가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었던 시대를 살아 온 선인들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제례의 한 단편을 본다. 지금까지 알려진바로는 기우제는 천주산(天柱山)의 용지봉(龍池峰)에서 지내 왔다는 설(說)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부사가 기우제를 올린 곳은 성주사 곰절임을 밝힌 자료이다.또한 기우제문을 짓는 형식도 감상할 수 있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때 사용한 심리치료의 형식을 넌저시 보게 된다.
熊神寺¹⁾-申之悌²⁾ 기우제를 지내기위하여 절에 가서 묵었다.
峽路崎嶇滑碧苔 산길 험하고 푸른 이끼 미끄러운데 巖頭下馬去登臺바위 꼭대기에서 말에 내려 대에 올랐네. 石溪響碎塵根洗개울물 돌 부셔지는 소리에 더러워진 근본을 씻으니 亭樹陰稠爽氣廻정자 숲 빽빽한 그늘에서 상쾌한 기운 돌아오네. 庵老衣冠依古昔암자의 늙은 중 의관은 오랜 옛날과 다름없는데 邑君顔面帶悲哀부사의 얼굴은 슬프고 가련함을 띠구나. 白頭未斷蒼生念백발에 백성 걱정 끊이지 않으니 夜向靈壇祝雨來밤중에 기우단 향해서 비오기를 빌 구나.
【주석】 웅신사(熊神寺)¹⁾:현재 창원시천선동 불모산에 있는 성주사(聖住寺)를 말한다. 신지제(申之悌)²⁾ : 신지제(申之悌1562~1624)는 의성 사람으로자가 순보(順甫)이고 호는 오봉(梧峰) 오재(梧齋)이다. 본관은 아주이다. 광해 9년(1617)에 창원부사로 부임하여 1618년 8월에 교체 되었다. 창원부사근무 때 명화적(明火賊) 정대립(鄭大立)을 체포하여 가자되었다.
疊巘簪抽磵玉流첩첩 산 뾰족하고 맑은 냇물 흐르는 곳 鑿巖新搆小堂幽바위를 깎아 작은 암자 새로 지었네. 僧眠佛日鑪香散중이 잠든 불일암에는 향로 연기 흩어지고 鳥宿禪枝葉影稠새가 깃 든 나뭇가지에는 그늘이 짙네. 試問諸天分咫尺제천에게 묻건대, 지척의 땅을 나눠 주어 欲招群帝共夷猶여러 상제 불러 함께 어울리려고 하시는지³⁾ 靈壇祭罷淸齋臥기우단에서 제례 마치고 방에 누우니 夢裏依然到十洲꿈속에 마치 천상에 이른 듯하였네.
【주석】 제천(諸天)에게……하시는지³⁾:비 내리기를 기원하면서 온갖 신들의 감응을 바라는 표현으로보인다. 제천은 불법을 수호하는하늘의 신이며, 여러 상제[群帝]는 오방(五方)의 제(帝)를 가리킨다.
기우제문-祈雨祭文 회산檜山⁴⁾수령으로 있을 때이다.
崇高維嶽 神獸攸藏 우뚝 솟은 이 산은 신령스런 짐승이 깃든 곳. 配彼朱鳥 鎭此南方저 주작⁵⁾과 짝이 되어 이 남방을 진무합니다. 興雲吐霧 厥施洋洋구름 일으키고 안개 토하여 은택을 흠뻑 내리나니 有事而告 冥應輒彰일이 있어 신명께 고하면 신명이 금방 감응했습니다. 哀今之民 天降大殃슬프게도 지금 백성에게 하늘이 큰 재앙을 내려 自春不雨 徂夏恒暘봄부터 비가 오지 않더니 여름 들어선 늘 햇볕이 쨍쨍하여 麥秀而枯 荳芽而痒보리는 이삭 피운 채 마르고 콩은 싹이 튼 채 병들었습니다. 矧丁小滿 節近分秧더구나 소만⁶⁾을 당하여 모내기철이 다가 왔는데 黃埃滿溝 赤土連疆도랑에는 먼지만 풀풀 날리고 온 대지가 타들어 갑니다. 昨者興雨 庶答民望어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백성의 바람 들어줄 것 같더니 初纔霡霂 竟未霈霶 처음에 가랑비만 살짝 뿌리고 끝내 충분히 적시지 못했습니다. 三農興歎 九鳸含傷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권농관⁷⁾은 안타까워하니 生人何罪 惟吏無良백성이 무슨 죄이겠습니까. 오직 관리가 못난 탓입니다. 尫巫浪舞 土龍虛觴무당이 부질없이 춤추며 토룡⁸⁾에게술잔 올리니 圭璧宜殫 靡神不禳마땅히 귀한 제물 다 바쳐서 모든 신께 제사 드려야 합니다. 惟山有靈 尙或我量오직 영험한 산신께서는 부디 제 정성 헤아려서 閔我憂勤 顧我芬芳저의 근심을 가엾게 여기고 마련한 제물을 흠향하소서. 雲師奔走 風伯翺翔먹구름이 몰려들고 바람이 불도록 해 주소서 下訴方后 上告圓皇아래로 땅 신에게 호소하고 위로 하늘 신에게 고하노니 驅除虐魃 鼓舞商羊모진 한발 싹 몰아내고 상양을 춤추게 하소서⁹⁾ 雨我公私 惠我黎蒼모든 밭에 고루 비를 뿌려 우리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고 登玆五穀 豐年穰穰 이 오곡이 모두 여물어 풍년이 되게 하소서 山川鬼神 同我樂康온 산천의 귀신들이 나와 함께 즐거워하고 佑我家邦 福履彌長우리나라를 보우하여 길이 복을 누리게 하소서 【주석】 회산(檜山)⁴⁾:창원의 옛이름이다. 신지제는 1617년에 창원 부사로 부임하였다. 주작(朱雀)⁵⁾:남방을 수호하며불을 관장하는 전설속의 새을 가리킨다. 소만(小滿)⁶⁾:24절기 중의 하나로, 양력 5월 20일 무렵이다. 햇볕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고 여름 기분이 나기시작하며 모내기 준비에 바빠지는 시기이다. 권농관(勸農官)⁷⁾:백성에게 농사를권장하고 감독하는 관리, 즉 지방 수령을 가리킨다. 신지제가수령으로 있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. 토룡(土龍)⁸⁾:흙으로 빚은용의 형상으로, 이 형상을 놓고 용신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빌던 제사를 ‘토룡제’라고 한다. 상양(商羊)을 춤추게 하소서⁹⁾:비가 내리게해 달라는 말이다. 한(漢)나라왕충(王充)의 논형(論衡) 「변동(變動)」에 “상양은비가 내리는 것을 먼저 아는 신물이다. 비가오려고하면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일어나 춤을 춘다.[商羊者 知雨之物也 天且雨 屈其一足起舞矣]”라고 하였다.